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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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를 혹평한 모든 평론가에게 고한다 눈이 즐거운 것들

당신들이 아무리 혹평해도 수많은 관객들이 매년 바보같은 로맨스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것처럼,
우리는 매년 이 바보같이 가슴 뜨거운 영화 시리즈의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영화의 타이틀도 나오기 전, 프롤로그 시점에서 나는 이미 이 영화의 모든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러브라이브 극장판 감상

어제 보고 왔는데 이제 쓰네요.

이런저런 불만을 말하는 분도 많이 계시니까 전 그런 쪽으로는 암말 안하려고요-

이미 다른분들이 알고 계신건 말할 필요가 별로 없고,

다른분들이 알아채지 못하신 단점이라면 전 그냥 혼자만 아는 채로 넘어가고 싶은 팬심이라서요.

그러니까 까는걸 보고싶으셨던 분은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으아 일단 와 너무 예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1기부터 시작했던 러브라이브-뮤즈- 의 애니메이션 파트의 이야기를 완결짓는 애니로 아주 훌륭했습니다 ㅠㅠ

흔히 말하는 "인도 영화" 스타일의 삽입곡 전개를 1학년이 제일 먼저 끊은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왠지 린이 그렇게 뛰어나가면서 시작하는건 쌩뚱맞은 느낌이 적다고 할까요..

                                                           하 우리딸 너무 귀여웠던...

일부러 사전 정보를 적극 차단해온 저는 "헉 설마 린 솔로곡이라고!?" 하고 처음에 놀랐지만 너무너무 사이좋은 1학년 친구들인 마키와 하나요도 린의 활기찬 페이스에 따라와 주더라구요. 헤헤.. 그 마키쨩이 촐싹대는거 귀여웠어요. 네 역시 시대는 린마키죠.
린마키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극 전체에 얇게 발라져있는 린마키향 좋았습니다. 미국에서 밥먹을때 항상 옆자리라든가, 비행기에서의 동침이라든가..

그리고 되게 호노카의 이모같은 아가씨가 나왔죠. 누굴까요 이거 결국 끝까지 안가르쳐 주던데.. 뭐 저와 같이본 제 친구는 '미래의 호노카' 인게 아닐까 하고 결론지었습니다. ㅋㅋ 그렇다면 극 내에서 정체를 알려주지 않은것도 납득이 갑니다. 그걸 밝히는건 좀 폼이 안나잖아요?

                                                 빵도 잘먹는 복스런 꽃순이


카요찡 흑흑거릴때 전 이미 예감했습니다. 아, 쌀밥 이야기가 오는구나 하고. 역시나더군요 ㅋㅋㅋ 밥없다고 징징댄건 징징댄거고 빵도 잘먹는 카요찡 귀여웠습니다.

그리고 소노다 우미 이국 여행의 불안감 때문에 어린시절의 모습으로 퇴행하는것도 귀여웠습니다. 잊기 쉽지만 얘가 원래 이런 애죠. 겨우 고2이고 기본 성격도 울보인데 워낙 평소에 사고뭉치 호노카랑 있다보니 엄한 포지션이 정착되어버렸던게 아닌가 싶네요. "내가 정신차려야 돼" 라고 평소 얼마나 자신을 채찍질 해 왔을까요 흑흑.. 착해라. 하지만 일단 자기 자신이 안정되지 못하니 포지션이고 뭐고 원래 성격이 나와버렸네요. 귀여웠어요. 아 그리고 우미쨩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은근 관객의 웃음 포인트가 우미쨩에 많이 배분되어 있더군요. 공항에서의 사람 잘못보셨어요도 웃겼고요 ㅋㅋ 웃기다와 귀엽다는 동의어죠. 적어도 저같은 남덕에겐 특히요.

                                                니코 너가 마이페이스 천방지축 두명 사이에서 고생이 많다

아 3학년 어찌나 오순도순 사이좋아 보이던지 .. 아 윽 3학년만 생각하면 눈물이 자꾸 나오려 하네요. 이번 극장판은 3학년의 매력이 폭발한것 같아요 이 쓸쓸한 느낌이 진짜 윽윽. 저랑 함께 갔던 친구는 에리의 매력이 폭발했다고 말하더군요. 뭐 이친구는 최근 난죠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세개나 듣고 있다고 하니까 글쎄 내부적 요소인지 외부적 요소인지는ㅋㅋㅋ 아 그치만 에리가 딱 1기에리와 2기에리와는 또 다른 좋은 선을 유지했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솔직하고 귀여워졌지만 어쩐지 마지막이라는 쓸쓸함이 배어있는 우수에 찬 눈빛이랄까.. 비슷한 단어로는 미망인 모에라는 장르가 있죠. 음 어흠..

뭐 그 뒤로 고민을 거듭하고 아라이즈도 등장하고 뭐.. 에레나사마는 구동 어플리케이션도 조금 업글된듯 하셨고 안쥬는 역시 레즈가 틀림없고 등등..

아 맞다 지방 아이돌 포섭 에피소드 좋았어요 어째 릴화조만 기존 구성이고 나머지 두조는 희한한 구성이었죠. 크 자유의 여신상 린쨩 귀여웠어요. 이 아이는 어떻게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귀여운지..
이번 극장판은 나란히 서있을때나 소수로 개별행동 할때 등등에서 고정된 조합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다른 조합인것도 저에겐 굉장히 만족스러운 요소 중 하나였네요. 

하 그리고 사실 이게 요점인데

보쿠히카 진짜. 아 으아아 으으아아아

애들 단독샷이 어찌나 예쁜지 아아아아아 트위터에도 말했지만 단독샷을 보기 위해서만으로도 극장에 다시 갈 의사가 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의상도 너무 예쁘고 ㅠㅠㅠㅠㅠㅠㅠ 가사도 작정하고 사람 울리러 오고 ㅠㅠㅠㅠㅠ
벗어놓은 의상 완전 치트 아닌가요 아 으아아아아 진짜 저 어쩔줄 모른 채로 멍하니 옷의 주름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ㅠㅠㅠㅠㅠ
                     제일 선명하게 기억이 남는 마키쨩... 근데 배경 꽃은 전혀 기억이 안나네요 꽃이긴 꽃이었는데

아 여기 진짜 애들 표정도 어쩜 그렇게.. 으 계획은 2회차로 보러가는건데 기다리기가 힘듭니다. 오늘 베테랑 보러 같은 영화관 또 갔었는데 진짜로 솔직히 '아 베테랑 때려치우고 럽라나 다시 볼까' 하고 생각이 드는걸 꾹 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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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가 가지는 여타 아이돌물과의 차별점은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부활동" 이라고 규정짓고 있다는 점이에요. 얘네는 궁극적인 목표가 돈을 버는것도 아니고 명성을 얻는것도 아닙니다. 충동적으로 시작한 활동이었고, 지금 이 멤버들과의 한정된 시간을 너무나도 소중히 생각하는 아이들이죠. 이들과 함께 해왔기에 의미가 있던 것이었고, 그렇기에 3학년의 졸업과 함께 끝을 선택했었죠. 끝이 있기에 더욱더 빛났던 찰나의 반짝임.. 9명은 그 반짝이는 하나의 빛이었습니다. 이 아름다움을 이렇게 영화관에서 만날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 "애니메이션" 이 끝난겁니다. 이부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뮤즈는 아직도 애니메이션이 있었던 시기보다 없었던 시기가 더 길지 않나요? ~~~~~~~~



니코마키SS - [ psychometry ] (전편) 다섯가지 덕


「 이번 주에도 당당히 1위를 유지한 그룹, 모모이로☆우사기!! 4주전에 발표한 앨범이 아직까지도 기세를 잃지 않고 인기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모모이로☆우사기의 NICO쨩과 대화를 나눠 보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NICO쨩,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
「 NICO는 지금 너무 너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에요!! 팬 여러분이 너무 많이 모모이로☆우사기를 사랑해 주셔서 팬 여러분의 사랑을 생각하다보면 NICO,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아지는거 있죠!! 꺄하핳 」

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여러분 앞으로도 모모이로☆우사기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아셨죠~♡?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바보 같아 "

「 모모이로☆우사기의 팬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여기서!! 오늘 바로 이 방송 이 무대에서 모모이로☆우사기 NICO쨩의 독점 중대 발표가 곧 있을 예정입니다!!! 잠시 뒤의 깜짝 놀랄 발표까지 채널 고정하시는거 알고 계시죠!? 잠시 뒤에 돌아오겠습니다!! 」

------ " ......."

 가요 프로그램이 뻔해 빠진 멘트를 남긴 뒤 광고를 토해내기 시작하자 니시키노 마키는 다시 젓가락을 든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부모님의 병원을 물려받기 위해 차근 차근 의사가 되기 위한 수순을 밟아온 그녀는, K의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지금이 대학 생활 3년째의 여름을 맞이하고 있던 참이다.
' TV 방송들의 이 바보같음에는 아직도 적응하기 힘드네 '
본디 그녀는 어린 시절 부터 TV따위와는 도통 연관이 없던 소녀였다. 공부다 취미생활이다 바빴던 것 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그 수준낮음이 항상 불쾌했기 때문이리라.

"후우.."
 영원할 것처럼 계속되는 광고는 니시키노 마키가 얼마 남지 않았던 저녁 식사를 끝내고 가볍게 식기들을 정리한 후에도 계속되었다. 식후의 커피와 함께 그녀가 다시 TV 앞에 앉아 짧게 한숨을 내쉬는 즈음에서야 겨우 본 방송으로 돌아왔다. 오랜 동안 TV와는 담을 쌓고 살아 왔고, 지금도 TV와는 전혀 친해지지 않은 그녀는 그렇다면 왜 지금 저녁 식사 시간을 쪼개어 가며 이런 저속한 연예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가. 심지어 그녀는 최근(이라고 해도 벌써 일년도 넘게) 꽤나 이런 저런 연예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고 시청하고 있다.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다시 한번 전해드립니다! 오늘! 바로 지금 이시간! 생방송 연예! COUNTDOWN! 에서 독점으로 모모이로☆우사기 의 멤버 NICO쨩의 중대 발표를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
「 NICONICONI~ NICO에요~~ 」

 그 이유는 바로 최근(이라고 해도 벌써 일년이 넘어가는)에 혜성처럼 등장한 인기 아이돌 그룹 모모이로☆우사기 의 최고 인기 멤버 NICO 가 그녀의 고교 시절 서클 선배이기 때문이다. [서클 선배] 이기 때문이다.. 니시키노 마키 본인도 이제 이 [서클 선배] 라는 호칭에 거의 익숙해져 가는 중이고, 실제로도 결국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저나 설마 저 한심한 캐릭터를 끝까지 밀고 갈 줄이야...'
 NICO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클을 떠났다. 하지만 그 무렵에만 해도 니시키노 마키는 NICO에게 특별한 감정이라 해도 좋을 법한 것을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2년의 고교 생활동안 [어서 졸업해서 NICO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지냈다. 매일 밤 그녀를 다시 만나는 날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고, 그녀의 꿈을 꾸며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생활이었다.

「 NICO가 연예계에 입문하고 수년의 연습생 시절, 무명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팬 여러분이 성원해 주신 덕이에요 ... 흑흑... 오늘 이 발표를 할 수 있다는게 정말 꿈만 같아요! 」

"후룩"
 니시키노 마키는 짧게 커피를 삼킨다. 항상 마시는 쓰디쓴 커피가 NICO의 감격어린 멘트와 어우러져 더욱 쓰게 느껴졌다.

 실제로, 수험이 끝나고, 대학교 입학이 정해진 날 마키는 가장 먼저 니코를 만나러 달려갔다. 만나러 달려갔고, 그녀를 '보고' 돌아왔다. 만나지는 않았다. 만날 수가 없었다. 먼 발치에서 쳐다본 NICO의 모습은, 대학교 입학으로 날아갈 듯이 기뻐하는 어린 아이인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뚜렷한 목표를 향해 하루종일 힘든 연습을 견디고, 저녁에는 쉴 새 없이 아르바이트를 소화해 내고 있었으며, 그에 비해 자신은 너무나도 어려 보였다. 

'별로 성원은 안했지만 말이지'
마음속으로 짧게 빈정거리는 마키.

 고3의 그 눈내리던 겨울날, 마키는 집에 돌아와서 끝없이 울었다.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고, 가장 오래 굶었고, 가장 긴 시간동안 혼자 있었다. 항상 함께 웃고 함께 울던 그 빛나던 시절에는 언제나 손이 닿을 곳에 있던 NICO가, 자기보다 키도 한참 작아서 언제나 만만해 보였던 그 뒷모습이 너무나도 멀어서 절대로 손이 닿지 않을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키는 NICO의 몰락을 염원했다. 연예계 진출해 실패해서, 추락해서 자기 손이 닿을 곳으로 다시 내려와 주기를 하염없이 염원했고, 그런 생각의 뒤에 찾아오는 자기 혐오에 온몸을 유린당해 다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울음이 그치면 다시 자신을 이렇게 괴롭게 만들고 있는 NICO의 실패를 기도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 NICO의 솔로 앨범이! 드디어 다음주에 발매돼요!!! 멤버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이지만 흑흑... 너무 기뻐요!!!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바쁘면 슬퍼할 틈도 없다고 누군가 그랬던가. 니시키노 마키도 대학에 진학하고 힘든 의대 공부와 틈틈이 부모님의 일을 견학하며 독학으로 병원 운영까지 익히는 일상을 보내다 보니 조금씩 상처도 아물어 갔다. 그렇게 그 끝나지 않을것 같았던 겨울날의 기억도 차츰 추억으로 변해간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들렀던 음식점의 TV에서 추억 속의 그 모습을 발견한 마키는 젓가락을 집어 던지고 TV앞으로 달려 나갈 만큼은 놀랬고, 또 반가웠다. 5년만에 보는 "아이돌"로의 모습에 마키는 결코 저항할 수 없었고, 그날부터 그녀의 팬이 되었다. TV는 항상 챙겨 보았고, 앨범도 꼭 샀다. 그렇게 맞아들이게 된 새로운 일상은 틀림없이 그녀를 좀 더 쓸쓸하게 만들 뿐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저항할 수 없이 빠져 들어갔다.

"흐응.. 잘됐네 축하해 니코"
자기 일처럼 기쁜 마음을 추스리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그녀는 짧게 중얼거린다.

틀림없이 마키 자신도 어린 시절부터의 목표를 향해서 똑바로 전진해 왔다. 그 누구에게라도 칭찬받을 법한 삶을 살아 온 마키이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NICO는 동경의 대상이고, 그녀를 보고 있으면 한없이 뒤를 따르고 싶어지는 마음이 되고 만다. 그녀와 마주한지 5년이 되어가는 지금에 와서는 그것이 [사랑] 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인지는 마키 자신도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그리고 NICO의 충격 발표는 계속된다

「 그리고 이번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24일과 25일 이틀동안 무도관에서 개최되는 모모이로☆우사기의 라이브가 열리는건 여러분 알고 계시죠!!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그 라이브에서 각 멤버당 한곡씩! 이미지 송을 팬 여러분의 참여로 만드려고 해요!!! 저희 모모이로☆우사기의 공식 사이트에 자세한 공지와 함께 응모 방법이 있으니 꼭 확인해보세요!!! 팬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곡을 부를 수 있다니, 정말 최고의 무대가 될 것 같아서 NICO는 너무 기뻐요!! 꺄핳☆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여러분!! 지금까지 모모이로☆우사기의 NICO쨩 이었습니다!!!!!! 자 그럼 이어서 다음 초대 손님을 맞기 전에 잠시 쉬었다고 오겠.. 」

-핏-
"흥.. 저런것도 하네? 재밌겠네."
다음 손님 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듯이 무심히 리모컨을 조작해 마키는 TV의 전원을 끈다. 팬으로부터 곡을 응모하다니 꽤나 대범한 계획이라고 생각한 마키였지만, 그녀의 흥미도 딱 거기까지였다. 고등학교 서클 활동을 하던 시절에만 해도 서클에서 부를(니시키노 마키가 가입했던 서클은 아이돌 연구부 라는 조금은 수상쩍은 서클이다) 곡들을 혼자서 전부 작곡해낸 놀라운 과거를 가진 마키. 하지만 2학년이 시작되고부터는 본격적인 의대 수험 준비에 돌입했고, 대학 진학 후에도 주욱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온 그녀는 그 시절 이후로 피아노 앞에 앉아 본 적이 없다. 사실 대학 진학 후에 혼자 방을 얻어 살고 있는 마키의 집에는 피아노도 없었다. 그런 그녀에겐 그날 NICO의 충격 발표도 TV 속의 환호성 만큼 그렇게 큰 의미로 다가오진 못한 채,  바쁜 일상 사이에서 희석되어 갔다.


♪♪♪♪♪♪♪~~~
 모모이로☆우사기의 최신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가장 차분하고 조용한 곡이 핸드폰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으...."
 니시키노 마키의 창백하고 가느다란 손이 이불 속에서 뻗어나와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는 핸드폰을 더듬는다. 가을 학기가 시작되고 마키는 곧 다시 바빠졌다. 어젯밤만 해도 레포트 정리와 실습 보고서를 정리하느라 철야를 한 마키는 어떻게든 단잠을 방해하는 소음을 배제하고 싶었으리라. 화면을 보지 않고는 소리를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잠결에도 깨달은 마키는 반만 뜨인 한쪽 눈으로 핸드폰의 액정을 확인한다.

'하나요!?'
 [코이즈미 하나요] 고교 서클 시절 마키의 동료이자 동급생.고등학교에서 처음 생긴 마키의 친구. 선배들과는 서클을 그만둔 후 어쩐지 미안한 마음 때문이 들어 연락을 잘 하지 않게 된 마키였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이기도 했던 동급생 두 명과는 아직까지도 간간히 이렇게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물론 주로 먼저 연락해주는것은 하나요 쪽이다. 다른 한명의 친구와 만날 때도 주로 하나요를 통해 셋이 만나곤 했다).

"으... 하나요? 무슨일이야?"
띵한 머리와 푹 퍼진 몸을 추스려 겨우겨우 전화 건너편의 하나요에게 정돈된 목소리를 전해 보내는 마키.

"마.. 마키쨩?? 미 미안해 자고 있었어?? 내가 잠 깨웠니?? 나 나중에 다시 전화할까???"
 하나요는 처음 봤을 때부터 이런 성격이었다. 항상 상대의 안색을 먼저 살피는 조심스런 성격 때문에 할 이야기가 있어도 말할 기회를 놓친다.
"아니야 괜찮아 하나요- 할 이야기가 있어서 전화한거 아니었어??
그런 하나요의 성격에도 이제 익숙해진 마키는 하나요의 다음 말을 재촉한다
"응, 미안.. 목소리가 자다 일어난 것 같아서.. 선배가 이번에 팬에게 곡을 모집했던건 알고 있지?"
"알아, 연말 콘서트용 곡이랬지 아마"
 나름 NICO의 팬인 마키지만 콘서트에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울음을 터뜨릴 것임이 틀림 없는 자신이 무서웠다. 손이 닿을 것처럼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그장소에 가는것이 무서웠다. 절대 손이 닿을 수 없이 멀리 있음을 실감하게 될 그 장소에 가는 것이 무서웠다. 오히려 TV화면 속이 딱 좋았다. 실제로는 아주 멀지만 꼭 방안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거리감이.
"그 곡 들어 봤니?"
"아니, 못 들어 봤는데"
"공식 사이트에 공개됐으니 한번 들어봐 마키쨩. 듣고 나서 다시 전화 해줘.."
 콘서트에 일부러라고 할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던 마키는 콘서트용 곡이 공개된 것도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찌됐든 하나요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상은 더이상 눈을 돌리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키쨩!? 들어 봤어?? 어떻게 생각해!!??"
"뭐, 재미난 곡이네. 잘 어울리겠네."
"마키쨩!?"
 전화를 받자마자 흥분한 목소리로 물어 오는 하나요의 질문에 마키는 퉁명스레 대답했다.
재미난 곡이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다. "재미있는" 곡이었다.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것도 대체적인 NICO의 팬들은 동의하리라. 아마 고교 시절 서클 멤버들은 누구도 동의하지 않겠지만.
"선배에게 이런 곡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뭐, 부르는 당사자로선 별로 마음이 편하진 않겠네."
 노래 속의 주인공은 부잣집 외동딸로 태어나 고생 같은건 모르고 자란 인물이었다. 꽃처럼 자신을 예쁘게 꾸미고 남자를 매혹해 선물을 받는 것을 낙으로 삼는 일상. 그걸 알면서도 너무나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빠져드는 치명적인 꽃. 그것이 NICO의 콘서트용 팬 모집 솔로 곡 가사였다.
"하지만 NICO의 이미지란게 대체로 이런 거 아니겠어?"
"....마키쨩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그럼 어쩌라고."
"마키쨩.."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왜? 지금이라도 당장 쳐들어가서 이딴 어울리지도 않는 노래는 집어치우라고 깽판이라도 부릴까!?? 응!?  인터넷에 인기 아이돌 NICO의 숨겨진 가정사라도 까발려!? 응? 그럴까!? 그럼 하나요도 도와줄거지???"
"....윽...흑......마키쨩....흑...."
"...........미안. 전화 끊을게. 한동안 연락하지 말자."
 자신의 무력함에, NICO와는 아무 영향력도 없는 인물인 자신에 너무나도 화가 났을 터인데 오히려 절친인 하나요에게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 하나요를 울리고 말았다. 하나요의 울음 소리를 듣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이유도 없이 화가 치밀었다. 마지막 이성을 쥐어짜낸 덕에 그나마 전화라도 끊을 수 있었다.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진짜 어쩌라고......어쩌라고"
마키는 이럴 때 펑펑 울고 다 잊을 수 있는 성격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한없이 화가 날 뿐이었다. 무엇에 화가 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저 화가 났다.

 며칠뒤 토요일이 찾아왔다. 안그래도 가을 해가 세상을 자꾸 밝게 비추는 꼴이 짜증나던 마키는, 세상을 온통 회색으로 덮은 채 비를 뿌려대는 시커먼 비구름에 어쩐지 반가움을 느끼며 전철을 내렸다. 기본적으로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마키지만, 너무 오래 혼자서 지내서 스트레스가 쌓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따위의 생각을 하며 간만에 부모님이 계신 집에 들러 보려는 중이다. 실상 마키는 그다지 자취를 할 필요가 없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도 K대에서 굉장히 가깝기 때문인데, 혼자서 홀가분히 살고 싶어하던 마키의 의견을 부모님이 존중해 주었던 덕에 그간 자취 생활을 해 왔다. 덕분에 그동안에도 종종 양쪽 집을 쉽게 오가 왔던 마키는 올해 들어서는 워낙 바빴기에 봄 학기가 시작된 이후 처음 이 집에 돌아와 본다. 어울리지도 않게 반가움을 느끼며 마키는 간만에 찾는 이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후..."
 연락도 없이 집에 돌아와 텅빈 집의 거실에서 마키는 한가롭게 시간을 보냈다. 퇴근후 마키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기뻐하시는 어머니와 함께 꽤나 즐겁게 저녁 식사를 마쳤고, 지금은 예전에 쓰던 자기 방에서 한숨 돌리는 중이다. 이 방은 마키가 자취방을 얻은 뒤, 마키의 예전 물건들을 쌓아두는 방으로 그 역할을 바꾸었다. 주로 어린 시절에 쓰던 장난감들이나 앨범, 중고등학교 시절의 사진들, 옷, 가방, 피아노 및 음악 기재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 때문에 꽤 넓은 방임에도 침대가 놓인 곳을 제외하면 사람 한명 눕기에도 모자를 정도이니 이제 와선 섣불리 손댈 수도 없을 정도였다.

-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거실에서 울려 퍼지는 전화기 소리가 방안의 물건들을 멍하니 쳐다보며 감상에 잠기려던 마키를 현실로 끌어낸다. 전화벨 소리가 곧 멎은 것으로 보아 어머니가 전화를 받으셨으리라 짐작한 마키는 다시 방안의 물건들을 들여다 본다. 부모님이 병원을 운영하시는 덕에 요즘같은 세상임에도 집으로 전화가 걸려 오는 일이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닌 니시키노 가(家) 였기에 이번에도 부모님 일에 관련된 전화이겠지 하고 마키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목소리에 곧 생각을 바꾼다.

"마키~~~~ 전화 받으렴~~~~"
"....네???? 전화요??"
"고교시절 선배라는데??"
"!?"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기대감을 품으며 거실로 나가는 걸음을 재촉한 마키의 심장을 격하게 두드리던 Allegro맥박은 전화 건너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다시 평상시의 Moderato로 돌아왔다.
"노조미....선배? 오랜만이네. 어쩐 일이야?"
"마키!? 마키 맞지?"
"맞으니까 지금 니시키노 가에서 전화를 받고 있겠지?"
 어쩐지 자기 자신이 지금 상당히 까칠하게 전화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키는, 미안하다고는 생각하면서도 역시 말에는 계속 까칠함이 묻어나왔다.
"그래.. 정말 오랜만이네. 잘 지냈니?"
"나 지금 간만에 집에 와서 쉬던 중인데.. 잡담이라면 나중에 메일로 해주면 안될까? 메일 주소 알려줄테니"
"어머 그랬니, 그건 미안하네-"
"뭐 알아주면 고맙고, 그럼 끊을게."
 서둘러 쌀쌀맞게 전화를 끊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모를 실망감과 허탈함을 보상받으려던 마키였으나 다음에 이어지는 노조미의 한마디에 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혹시 그쪽으로 니콧치 가지 않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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